소소한 일상
평범한 소확행..
오전 10시반.. 병원으로 향했다. 도착 후 채혈을 하고 한 시간여 기다려 진료를 받고.. 대부분의 수치가 정상이라는 말을 듣고 나왔다. 그닥 높진 않지만 약간 높은 특정 수치 관리를 위해 처방을 받고 다시 다음달에 보자 한다.. 머 그 정도면 무시해도 되겠구만.. 의사쌤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시는 느낌이다.. 내 나이에 모든 것이 완벽하게 다 정상일 순 없지 않겠느냐고.. 항변하고 싶은 마음 굴뚝 같으나.. 단호하지만 친절한 쌤이신지라... 그러마..하고 되돌아 나왔다.. 진료실 앞 간호사에게 .. "다음달도 또 보자 하시네요.. 언제쯤 그만 볼 수 있을까요?".. 약간 볼멘 소리로 궁시렁 거리니 "ㅎㅎㅎ 그러게요 그만 봐야 할텐데요" 하며 재밌다는 듯이 웃는다..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들르니.. 지난번의 연세 지극하신 약사님이.. "이 정도면.. 음.. 이거 운동하라는 소린데요? 운동하세요 운동" 하신다. "네~ 지난번에도 그러셨어요~" .. 평소에 열심히 하는 운동이 하나 있긴 있는데..그건 별로 도움이 안되나보다.. 숨쉬기운동.. 이라고.. ㅡ.,ㅡ
약국을 나와 지척에 있는 이마트를 들렀다.. 3개 짜리 묶음으로 파는 반팔 면티를 사기 위해서.. 3장에 2만원이 채 안되는 가격인데.. 입어보니.. 이거.. 좋더라구.. 대충 집에서 입고 있기도 편하고 보드랍고.. 해서 이너웨어 대용으로 입어도 좋구.. 그렇게 두개..즉, 6장을 사들고 나와서는 이번엔 격주 행사인 목욕탕엘 갔다.. 온탕과 열탕.. 사우나 순서에 이어 때를 밀고 나왔다.. 늘 같은 패턴의 목욕순서... 수건 한 장으로 머리를 털고 대충 물기를 닦고 다시 새 수건으로 보다 정교하게 물기를 닦아내고.. 아니.. 근데 분명 커다란 A4 용지에 출력되어 커다랗게 써붙여 놓은 글씨가 선명하게 보이는데.. 왜 드라이기로 머리카락이 아닌 꼬추카락을 말리고 똥꼬카락을 말리고.. 발가락을 말리고... 왜 그런 사람들이 있는지 모르겠다.. 백이면 백.. 나이 많은.. 연세 지극한 사내들이다.. 하... 뭐 저런.. 하고 얼굴을 한번 보니.. 말 드럽게 안듣게 생긴.. 그저 지 고집과 독선으로 똘똘 뭉쳐진 듯한 심술이 얼굴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게 보여... 아... 뭐 얘기 한다고 들을 넘은 아니겠구나...단박에 이해는 되었다.. 이런거 보면... 인상은 과학이다.. 그 사람의 얼굴을 보면 지나온 세월이 보이고 어느 정도 인성과 에티겟도 보이고... 나이가 들수록 품성과 인상이 하나로 융합되는 원리를.. 이해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졸라 말안듣는 꼰대로의 변화... 그런거 같다..쟤도 젊었을 적에는 저렇게 저만 아는 철면피한 사람은 아니었을텐데.. 쟤도 부끄럽고 수줍음 많은 순수 청년시절이 있었을텐데... 살다보니.. 지 편한 대로 굳어진 습관과 습성탓에 지금처럼 저렇게 지 멋대로 행동하는 고집불통..꼰대가 되었겠지... 그나저나 씨바.. 역겹네... 역시 인상은 과학이여... 남탕에는 저런것들이 종동 서식하고 있다.. 처음 본 사람의 낯짝을 보며 혐오를 느끼고 있는 나도 물론 정상은 아닌거 같다는 생각이 한편 들긴 하지만.. 하지말라고.. 한장도 아니고 너댓장 써붙여 놓은 공중에티켓 권고 사항은 좀... 너나 나나 지켜줬으면 좋겠다.. 3부분 중 2부분의 카락은 좀 집에 가서 말리고... 씨바...
목욕탕을 나와 다음 일정은.. 미용실... 날이 추우니 숱은 많이 치지말고..특히 옆머리는 바짝 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앉았다.. "옆머리가 조용하지요?" 원장님이 물었다.. "네?.?" "옆머리가 조용하시냐구요~" "네?... 아... 연말이라 조용.. 아 ..전 옆머리가 조용하냐는 줄 알고 왜 옆머리가 조용하지?.. 그랬네요~" ..순간 뭔 소린가 듣고 있던 원장님과 옆 의자에 앉아 뭔가 손질을 받고 있던 아주머니 손님까지 육성으로 빵~ 터져서 큭큭대고 웃느라고.. 잠시 소란스러워졌다.. "ㅎㅎㅎ 아.. 또 이렇게도 웃게 되네요~" 하시며 원장님과 옆손님 사이에 잠시 이바구가 오가고... ㅡ,,ㅡ;;;
한번 터진 웃음으로 부드러워진 실내 분위기 탓에.. 이러쿵 저러쿵.. 정치며.. 아이들 이야기며.. 사회이야기며 .. 한동안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아.. 이런게 동네 아줌마들의 여론이자 수다 파워구나.. ' 조용히 속으로 느꼈다...
두발정리 후 걸어 오면서 다음의 목적지... 늘 우체국 앞에 차를 대고 있는 1톤 포터..양말 판매 차량으로 향했다.. 근 20년 가까이 늘 같은 자리를 찾아 오시는 분이다.. 아주 오래전 언젠가 이 분께 양말을 사곤.. 그 후로 나는 양말은 꼭 이 곳에서 산다.. 품질도 좋고.. 다른 어느 곳보다 값도 싸기에.. 오늘은 지지난 주에 샀었던 도톰한 겨울 양말이 맘에 들어 추가구매를 위해 들렀다.. 4켤레에 1만원... 나는 늘 얇은 양말을 신고는 했었는데.. 언제부턴가 기호가 바뀌었다. 도톰한 양말 선호 쪽으로... 예전에는 갑갑하다 느꼈던 그 두터운 느낌이 이제는 폭신거려 좋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양말을 사면 늘 검은 비닐 봉다리에 넣어 주신다.. ..
양말 봉다리를 들고 마지막으로 향한 행선지는.. 동네 마트.. 방울 토마토, 달걀 한 판.. 그리고 국물용 굵은멸치 한 상자... 나오다 보니 요즘 제철인 방어회가 세일 중 이길래 29,900원.. 대짜 한 판을 사들고 왔다.. 가격표에도 섬세한 착시효과는 존재하는 것 같다.. 3만원 그랬으면 안 샀을지도 모르는데.. 거기서 1백원 빠진 29,900원으로 2만원 대가 되다보니.. 집어들게 되더라구?.. 겨우 100원 차이로 앞자리 숫자가 바뀌는 효과가.. 의외로 크구나.. 생각이 들었다,.
오랫만에 먹어 본 방어회는 맛있었다.. 쫄깃한 식감은 광어회 등에 비해 덜하지만.. 그 특유의 기름진 고소한 맛.. 그리고 탱글탱글한 식감... 회뜨다 만 방어의 사체가 반 쯤 전시되어 있었는데 나는 처음 알았다. 방어가 이렇게나 큰고기인줄...
오전 10시에 나가 머릿속으로 구상했던 모든 행선지에서의 소기의 목적을 이루고 탱글한 방어회를 맛있게 먹고 그 기름진 고소함을 서너점 남기고 났을 때의 시간이 오후 4시반...
이렇듯.. 소소하고 세세하게.. 어느덧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생각해보니..오차없이 진행된 오늘의 스케쥴은 정말 재밌었다는.. 느낌이다.. 평범한 일상의 소확행이 아니었을 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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